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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 이제는 말할수있다 [ 납량특집 ] ✅-디아블로
Level 10 조회수179
2024-06-25 04:20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당시 저는 흔히 말하는 재수 없는 범생이였고 그 때문에 집단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순식간에 그런 상황에 처해 버린 저는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어서 スㅏ살 시도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저는 괴로움과 답답함을 참지 못해서 나쁜 마음을 먹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나가는 친구 녀석을 만나게 됐죠.

"야~ 간만이네. 너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해?"

"아... 어, 아무것도 아냐."

그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 A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A는 급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들을 많이 해서 퇴학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단지 욱하는 성격이 문제일 뿐 나쁜 녀석은 아니었던지라 저는 A가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를 받고 외면당할 때 도와준 적도 많았죠.

"표정이 왜 그래? 뭔 일 있냐? 술이나 한잔할래?"

"아, 안 돼. 중학생이 뭔 술이야?"

"에헤이, 이 쫄보 자식~ 나 따라와."

그렇게 A는 저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강가로 갔습니다. 그곳에 가 보니 녀석의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더군요. A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러자 A가 불같이 화를 내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저를 다그쳤습니다.

"너, 제일 괴롭혔던 새* 전화번호 불러 봐."

"아,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뭘 어쩌려고."

"잔말 말고 번호 부르라고."

그렇게 저는 설마 어떻게 하겠냐 싶은 마음에 반장 녀석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 줬죠. A는 바로 전화를 걸어서 반장을 강가까지 끌고 나왔습니다. 키가 꽤 크고 몸집도 산만 한 반장놈은 A와 그 일행들을 보더니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야, 네가 내 친구 괴롭혔냐? 이 *만 한 쉐*가. 네가 뭔데 내 친구 괴롭혀?"

그렇게 A는 반장 녀석에게 화를 내며 반장을 냅다 걷어차서 물에 빠뜨려 버렸습니다. 수심이 얕은 곳이라 반장은 물을 뱉어 내며 밖으로 빠져나왔고 A와 일행들은 그런 반장 녀석을 또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으며 협박을 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죠. 솔직히 조금 통쾌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반장놈이 정신을 잃었고 모두 겁이 나서 그대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 가 보니 반장은 넋이 빠져 있었습니다. 저에게 조용히 다가온 반장이 그 친구들과 아줌마는 대체 누구냐고 묻더군요. 제가 대체 무슨 말이냐고 묻자 반장이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강가에서 기절한 채 누워 있던 반장이 눈을 떠서 휴대폰을 보니 시간이 새벽 3시가 다 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기분이 좀 이상해서 다리 쪽을 쳐다봤더니 어떤 여자가 강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저게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발이 수면 위에 떠 있었다고 하더군요. 반장은 벌떡 일어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뛰쳐갔답니다. 반장의 집은 강가 근처의 한 아파트였는데 그 여자가 자신의 뒤를 계속 쫓아서 현관 앞까지 오더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더랍니다. 그 여자는 3층에서 내렸고 그것을 본 반장은 동네 주민을 착각했나 보다 하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파트는 새벽 시간에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3층까지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막아 둔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새벽에 강가에서 반장을 쫓아왔던 그 여자는 대체 누구였으며 어떻게 3층에서 내렸던 것일까요.

그 일 이후로 반장놈은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저는 또 한 가지 슬프고도 소름 끼치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날 우연히 만났던 친구 A가 저를 만나기 전 밤 9시쯤에 서울 한복판에서 오토바이 연쇄 추돌 사고로 즉사했다는 겁니다. 현장에 같이 있었던 A의 일행들도 거의 죽거나 불구가 됐다더군요. 제가 그날 집 밖으로 나갔던 시간이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으니 A는 이미 세상에 없었던 거였죠. 그럼 저를 도와준 A는 대체 누구였을까요. A의 영혼이 저를 도와주러 나타났던 걸까요. 저는 그날의 일이 트라우마가 돼서 밤에는 집 밖을 아예 나갈 수가 없어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친구 A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고맙고 미안하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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