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철문을 단 이유 오늘은 얼마 전에 겪은 이야기를 할까 싶습니다. 본문은 음슴체로 갈게요! 우리 집은 상가건물임. 3층짜리 건물인데, 1층은 식당 (국밥집이 나가고 한정식집이 곧 들어옴) 2층은 학원, 3층은 우리 집임. 상가건물 보면 보통 1층 제일 앞에 큰 유리 문이 있고, 제일 끝층에 주인이 살면 문을 다는 형식임. 원래 우리 집에는 앞에 다는 철문 같은 걸 안 달아놨었음. 드나들기 귀찮고 어차피 외부 손님이나, 그런 사람들은 3층에 잘 안 오니까. 근데 아빠가 이상한 꿈을 꿨다면서 저번 주쯤에 철문을 달았음. 하는 김에 겸사겸사 방충망도 달고, 확실히 작년보다 모기가 덜 들어옴. 우리 집만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여름에 엄청 더우니까, 집문을 열어놓고 잠 어차피 1층 유리 문을 잠그니까 올라올 사람도 없고, 그날은 이상하게 초롱이마저 짖지 않았던 날임.
아마 너무 더워서 기절하듯 잠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름. 더우니까 우리 자매는 거실에서 자고, 아버지랑 어머니는 강에 고동 잡으러 갔음. 그러니까 집에 남자가 아무도 없었던 거임. 잠을 자는데 걸걸한 남자 목소리로 "씨 X, 이거 뭐야."라는 소리가 들림. 그러면서 문을 돌리는 철컹거리는 소리도 나고, 내가 너무 놀라서 "누구세요?"라니까 문을 돌리는 소리가 안 남. 말소리도 잠시 끊기다가 가래 낀 목소리로 "여기 누구누구 씨 댁 아닙니까?"볼일이 있으니까 문 좀 열어주세요." 이러는 거임. 그것도 너무 침착하게 낮에 찾아와서 대뜸 문고리를 돌려도 무서울 판에 밤에 와서 욕하면서 문고리를 돌리는 건
세 살짜리 어린애라도 이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임. 지금에서야 바로 112에 전화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부모님도 없고, 밖에는 모르는 사람이 서있지, 동생들이랑 초롱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지... 진짜 패닉 상태였음. 그냥 공포심에 엉엉 울면서 무작정 없는 아빠를 불렀음. 동네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아빠!!!! 아빠!!!! 이상한 사람이 문에 서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욕을 막 내뱉으면서 후다닥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음. 한참을 무서워서 울던걸 멈추고 아빠한테 전화를 했음. 부모님도 놀래서 바로 올라오시고, 혹시 몰라서 경찰에 신고도 했음.
근데 경찰 신고는 별로 효과가 없고 밤에 순찰돌때 상가 쪽 순찰을 강화한다는 소리만 들음 그날 그 아저씨가 왔던 날. 하필이면 지하에서 공연 연습을 한다고 들어왔던 밴드가 문을 안 잠그고 갔던 거임. (밴드는 새벽까지 연습하고 가서 내가 문을 확인할 수가 없었음) 다행히 아무 일 없었지만, 아빠가 나에게 꿈 얘기를 해줬음. 무슨 꿈이었냐면, 아빠가 꿈을 꾸는데 내가 엎드려서 엉엉 울고 있더래
근데 하반신에서 피를 질질 흘리면서 억울한 듯이 아빠를 노려보고 "왜 그랬어? 왜 그랬어?"라고 반복만 했다고 함. 내가 꿈에서 너무 울어서 피눈물이 흐르니까 아빠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왜 우냐고, 아빠가 뭘 잘못했길래 왜 그렇게 우냐고 막 물었다고 함. 그니까 내가 피눈물을 닦으면서 "문" 이러고 슥 사라졌다고 함. 그래서 아빠가 혹시 몰라서 철문을 달았다고 함. 그전에는 철문이 꼭 필요할까?(사실 이사 올 때 전 주인이 철문 다는 걸 권했는데, 우리가 돈도 없고 보기도 안 좋다고 거절했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꿈을 꾸고 나니까 꼭 철문을 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았던 거임.
아빠가 꿈을 꾸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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